안규진씨는 “손흥민이 LAFC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팀 경기 스케줄부터 확인했다”며 “시카고 파이어가 LAFC의 첫 상대라는 것을 알고 손흥민이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표를 샀다”고 전했다.
손흥민 선수의 MLS 이적은 미주 한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시카고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김한나, 김도혁씨 부부는 한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나란히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LAFC 벤치 바로 뒷자리로 티켓을 구매했다.
김도혁씨는 “아내와 함께 미국서 손흥민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앞으로 시카고는 물론, 인근 주에서 손흥민 경기가 열린다면 무조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흥민도 이날 한인 팬들의 응원 열기를 체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라운드 코너에서 몸을 풀고 벤치로 돌아가면서 연신 “쏘니”를 외치는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음으로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MLS로 왔다는 소식에 타인종들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유니폼을 입고 9살짜리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로버트 트로바우는 홋스퍼의 오랜 팬이다.
트로바우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할 때도 다 기억한다”며 “아들은 나를 따라 태어났을 때부터 토트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응원하는 토트넘을 손흥민이 떠났다는 게 슬프지만, 대신 이곳에서 그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20년째 토트넘을 응원 중이라는 리치 콜, 메리베스 보일 부부 역시 ‘SON 7’이 적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콜은 “토트넘의 레전드인 손흥민을 내가 사는 곳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MLS 경기도 다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본지가 손흥민의 데뷔전을 취재하기 위해 LA에서 왔다는 말에 MLS 팬들은 다들 놀라면서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손흥민을 직접 만나게 되면 꼭 전해 달라며 “쏘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축구를 배웠다” “쏘니 사랑해요” 등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대는 곧 현실이 됐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다. 홈팀인 시카고 파이어 FC의 팬들까지 모두 일어나 손흥민의 등장을 반겼다.
손흥민의 팬덤은 LA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미 그라운드 안팎에서 MLS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